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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펀드 투자와 인공지능 2020-02-12

2016년 알파고가 세상에 던진 충격은 마치 새로운 세상의 탄생을 알리는 것 같은, IMF 체제가 하나의 사회 현상 또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 것 처럼,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생활과 머릿속에 갑자기 쑥 들어왔다. 마치 2020년 정도면 영화 아이로봇에 나오는 것 처럼 모든 로봇들이 가정집에 한 대씩 갖춰지고 집에 있는 자동차는 모두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는게 아닐까 하는 섯부른 장미빛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2020년이 된 지금도 조금은 시들해 지긴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분야까지 많은 곳에서 기존의 프로그램이 아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학습했거나 인간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점점 인간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세상에선 누구나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비서로 부터 무인자율주행 버스, 사이버 인격체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소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데 그 중 자본주의의 총아인 금융 시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금융 분석 보고서를 전문가 처럼 자동으로 작성하는가 하면 금융시장 동향 분석, 새로운 회사에 대한 정보 분석, 인터넷 뉴스 검색을 통한 평판조회 등 많은 돈이 걸려 있는 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적용이 실로 활발하다.

그 중 인간의 패턴을 분석하여 이용하는 투자 알고리즘 개발은 제법 역사도 오래 되었는데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더 정교해지고 더 인간스러운 투자 알고리즘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투자의사결정을 스스로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t과 Advisor의 합성어)의 경우 곧 모든 펀드매니저를 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인공지능에 의해 금융시장이 좌우될 것 같은 섣부른 기대감이 2-3년 전부터 시장을 휩쓸었다. 2017년부터 세계적인 ETF 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액티브 펀드매니저를 해고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대체를 한다거나 미래에는 펀드매니저가 사라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20년이 된 현재 여전히 펀드매니저들은 유효한 직업군이며 금방이라도 금융시장을 다 잡아먹을 듯 하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들은 아직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이나 다른 액티브 펀드를 추월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성과가 지속적이지 않고 들쭉 날쭉한다는 것은 (성과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는 것은) 펀드매니저와 침팬치의 대결만큼이나 실력에 의한 비교가 아닌 요행의 결과가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컴퓨터로 알고리즘을 짜서 그대로 자산운용을 하는 프로그램 매매와는 다르다. 인공지능의 여러 방법론을 사용하여 인간의 투자 패턴을 학습하게 하거나 과거 시장의 움직임을 계속 반복 학습시켜서 오늘의 시장 움직임으로 하루나 1주일 또는 1달 후를 예측한다든지, 사람이 찾지 못하는 패턴을 찾는다든지 하는 통계적, 수리적, 난수적인 패턴분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패턴을 찾으려고 할 때 현실 세계에서 그런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패턴을 찾을 수 있을까?

바꿔서 말하면 매월 성과가 꾸준하게 좋아서 늘 시장을 앞서나가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오랜 세월동안 시장보다 늘 앞서나가거나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그 펀드 매니저의 매매패턴을 학습시켜서 펀드를 운용하면 분명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펀드매니저가 존재하지 않더라는 것이 문제다. 즉, 인공지능이 보고 배울 패턴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 알고리즘보다 시장의 변화 시그널을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내기 위한 분석에 활용하거나 퀀트적인 투자 방법론을 찾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

2019년 연말 기준으로 수익률이 좋은 상위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경우 각각 1년 평균 수익률이 21.02%, 20.9%, 19.83% 등과 같이 같은 기간 KOSPI 상승률 7.2%를 상회하는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무늬만 인공지능인 경우도 있다.  그냥 주식과 채권 ETF를 적당히 상승하면 비중을 줄이고 적당히 하락하면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라든지, 지속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비중 조절만으로 운용을 하는 경우 박스권 장세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시장이 급변하는 경우 크게 손실을 보거나 충분히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코스콤 테스트베드에서 운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들 중 스스로 펀드를 철회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도 있으며 성과가 시장을 하회하는 펀드들도 여럿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 돈을 대신 운용해 달라고 트랙 레코드도 별로 없는 인공지능(아이폰의 시리 같은) 펀드매니저에게 '시리야 내 자산 운용해줘~!' 하고 덥썩 돈을 맡길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아직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들에 대한 알고리즘 적 정체와 옥석이 가려지지 않았으므로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내 돈으로 인공지능 학습시켜주는 비용을 대 주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앞설 수 밖에 없으며 불신의 영역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만큼 투자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어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자체보다는 방대한 뉴스와 시장 시그널 정보를 받아 인공지능적으로 동향, 정세, 추이 등을 분석하거나 동향을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직접적인 투자라기 보다 인간의 투자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훨씬 의미있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매매 시그널까지 잡아 낸다고 하는 것은 아직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불안감이 많이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 처럼.

투자에 한해서는 한없이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전략과 그 성과에 대해 투자자 입장에서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들은 더 많은 트랙레코드와 더 많은 펀드들이 시장에 등장해 조금 더 경쟁하는 모습과 트랙레코드를 남겨줘야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인공지능이라는 겉옷을 입은 펀드이건 아니건 무늬에 현혹되지 말고 꾸준히 성과를 내는 펀드매니저 또는 자산운용사, 또는 성과가 계속 좋은 펀드를 골라 수익률이 좋을 수 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를 찾아 낸 경우에만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 운용역이 설령 '시리' 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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